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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까지 선택하지 못하고 확신하지 못하는 이유는 과거의 경험에서 스스로 내 선택을 믿어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에 모든 결정을 부정하는 것을 택했다. 현재의 ‘나’는 순수한 나의 ‘내적 동기‘로 비롯된 것이 아니고 타인에 의한 ’ 외적 동기’로 이뤄진 탓에 사실은 나는 내가 아니며 내가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스스로 원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며. 그래서 과거의 것은 부정하고 덮어둔 다음 다시 새로운 나를 위한 노력을 했다. 그러나 그것은 곧 본질에 대한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 쉬웠다. 매일 밤 눈을 감으며 내일부터 달라진 나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처럼. 그 누구도 ‘외적 동기’만으로 이뤄진 삶은 살고 싶지 않듯이 나 또한 그랬다. 끊임없이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질문을 던지는 과정에서 모든 질문이 안으로 향하자 그렇지 못했던 지나간 삶이 부정되기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순수한 내적 동기 만이 고려될 가치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만들어낸 오류에 가깝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생각해 보면 태어나 지금까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다양한 관계 속에서 살아왔고 그러한 상호작용이 수 일, 수년간의 시간이 쌓여 겨우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나’이다. 그 시간 안에서 나는 가족의 보살핌을 받았다. 친구와 영원한 우정을 약속했고 그 친구와 멀어지기도 했다. 반면에 전혀 접점이 없는 관계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기도 하고 그 사람의 영향을 받는다. 사랑과 믿음 만으로 타인과 가족이 되는 경험도 했다. 이렇듯 단 한 방울의 외적 영향 없이 순수한 자신만의 삶을 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앞으로도 나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타인, 외부와 끊임없는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외부와 상호작용 없이 이뤄진 우주는 어디에도 없다.
이렇듯 순수한 내부 동기만으로 이뤄진 개인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자 나의 선택에 대한 확신이 조금은 관대해졌다. 모든 이유가 나의 내부로만 향한다면 확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 외부 모두 양립할 수 있는 것임을 안 것이다.
그래서 이제 그만 순수한 내부동기로만 있을 수 없었던 지금까지 내 삶을 인정하기로 했다. 과거의 경험을 온통 부정하는 것보다 모든 선택을 지나온 자신을 믿어주자. 그리고 앞으로 과정에서 외적 동기를 허락하고 인정하되 조금 더 내적 동기에 기반한 선택을 만들어가면 된다. 주체적이지 못한 사람은 자신의 뜻으로 행동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그 어떠한 자기 확신 없이 사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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