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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 <그애>, 작자 미상

그애   우리는 개천쪽으로 문이 난 납작한 집들이 개딱지처럼 따닥따닥 붙어있는 동네에서 자랐다. 그 동네에서 누구나 그렇듯 그 애와 나도 가난했다. 내 아버지는 번번히 월급이 밀리는 시원찮은 회사의 영업사원이었다. 그 애의 아버지는 한쪽 안구에 개 눈을 박아넣고 지하철에서 구걸을 했다. 내 어머니는 방 한가운데 산처럼 쌓아놓은 개구리 인형에 눈을 박았다. 그 애의 어머니느 청계천 골목에서 커피도 팔고 박카스도 팔고 이따금 곱창집 뒷 방에서 몸도 팔았다. 우리집은 네 가족이 방 두개짜리 전세금에 쩔쩔맸고, 그 애는 화장실 옆 천막을 치고 아궁이에 걸어 간이부엌을 만든 하코방에서 살았다. 나는 어린이날 탕수육을 못 먹고 짜장면만 먹는다며 울었고, 그 애는 엄마가 외박하는 밤이면 아버지의 허리띠를 피해서 맨발..

수집/스크랩 2025.03.25

류시화 시인의 글

문학의 길을 걷겠다고 집과 결별하고 노숙자가 되자 사람들은 제정신이 아니라고 했다. 학교를 마치고 교사가 되었으나 한 달도 안돼 그만두었을 때 사람들은 미친 것 아니냐고 했다. 불교 잡지사를 다니다가 반년도 못 채우고 퇴사했을 때 그들은 '왜?'라고 물었다. 클래식 음악 카페를 열었다가 석 달 만에 문을 닫았을 때 사람들은 그새 망한 것이냐며 의아해했다. 거리에서 솜사탕 장사를 시작하자 그들은 '정말?' 하고 눈을 의심하다가 한 계절만에 접자 뒤에서 웃었다. 가을에 출판사에 취직했으나 봄에 퇴사하자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서울에서의 생존을 못 견디고 산 중턱의 산에서의 생존도 한계에 부딪쳐 여의도의 회사에 다니자 사람들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렸다. 어느 날 바바 하디다스의 원서를 읽고 그 책을 번역..

수집/스크랩 2025.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