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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덕, 미진사, <나날의 미하가 연습 미학의 발견>

 

0. 인간은 불합리하며 비이상적인 존재. 객관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듯하지만 내면의 가치를 더욱 추구한다. 과거 비례와 같은 객관적인 미의 기준에서 개인적인 미의 기준으로 관심이 이동했다. 신 중심적인 사고에서 인간 중심적인 사고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1. 이렇게 근대에 들어 올바른 앎에 관심을 갖다 보니, 철학은 객관적으로 주어진 대상보다는 그것을 바라보는 인식 주체의 내면을 문제 삼게 되었습니다. ... 미를 주관적인 것으로 보는 시각도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에서 대두된 것입니다.

 

2. 장식미(부용미): 적합하다는 건 항상 주체가 되는 그 무엇에 알맞게 어울리게 동반되었을 때를 우리는 '적합하다'라고 하니까요. 장식이란 게 그런 것이죠. 자기 자신도 아름답지만 어딘가에 부가되어 거기서 현상되는 아름다움을 배가해 주고, 매개하면서 그 매력에 주의를 집중시키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 ... 장식미는 적합미의 또 다른 현대적 표현. 장식이란 결국 어떤 적합성을 의미. Ex) 옷이 날개다!

 

3. 소크라테스의 유용함으로써의 미: 적합미는 부가적 효과인 장식 개념으로 이해되어 훗날 미적 범주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자기 자체보다는 어떤 목적에 어울려서, 어떤 목적을 이루는 데 적합해서 아름다운 경우이기 때문에 이것은 자족적인미라기보다는 특정 목적에 봉사하는 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 아르누보(새로운 예술), 유겐트스틸

 

4. 숭고미: 공포감이라는 고통스러움이 편안함으로 바뀔 때의 쾌감이 숭고이니, 숭고는 버크의 주장대로 즐거울 수 있는 공포지요.

 

5. 그러니까 초월을 향한 인간의 열망의 예술적 시도, 이것이 바로 숭고의 미학입니다. 원래 예술이 그려내는 세계는 객관적 논증에 의해 과학적으로 설명되는 세계가 아니라 주관적인 체험에 의해 비합리적으로 직관되는 세계입니다. 따라서 예술은 처음부터 예술가의 내적 정신 그리고 정신의 초월성과 밀접히 연관되고 거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숭고의 미학이 사라질 수 없는 이유입니다. 

 

6. 아름다워도 그것이 거짓되거나 못된 것이라면 그것은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니라고 여겼던 겁니다. ... 가치란 단순 느낌에 의한 것만은 아니니까요. 추구할 만한 것인가, 아닌가의 여부는 감각에 의해 결정된다기보다는 머리로 따져서 나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근대에 와서 미가 진, 선과 연결을 끊었다는 사실은 돌려 말하면 감성이 더 이상 이성에 복속되지 않고 독자적이고도 자족적인 것으로 지위 향상을 이루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가치로서의 미가 아니라 개인의 정서적 쾌의 문제로 미가 바뀐 것이기도 하고요. 

 

7. 그런데 예술이 이렇게 내용과는 상관없이 단지 형식만의 문제가 되면 자칫 예술만을 위한 예술로 진행될 우려가 있습니다. ... 그 결과, 현실에서 이탈하여 오로지 예술세계 안에서만 호흡하는, 그야말로 예술 같은 예술이 되고 마는 겁니다. 

 

8. 내용미학으로만 치달으면 예술의 독립성이 침해받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반대로 형식미학을 너무 밀어붙이면 예술이 비인간적인 것이 될 위험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미를 내용으로 볼 것인가, 형식으로 볼 것인가의 대립은 '사회를 위한 예술'과 '예술을 위한 예술' 간의 대립으로 확대될 수 있습니다. 

 

9. 칸트는 대상이 지니는 미적인 속성을 규명하려고 하지 않고 대신 대상에게서 미를 느끼는 사람의 마음을 규정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대상이 아름답다고 느낄 때 사람의 마음은 상상력과 오성이 그 대상에 대한 인식을 위해 작용하지 않고 그저 그 대상의 이미지를 자유롭게 즐기는 상태라고 주장했습니다.

=> 미를 앎의 대상에서 감의 대상으로 전환함.

 

10. 현대예술이 갖는 추의 경향은 스스로 달콤해 마지않아 하는 인류의 그런 기만적 자의식을 해체하는 작업일 수도 있습니다. 그 굳건하고 엄중했던 빗장을 감히 현대예술이 풀려하는 것입니다. 인가느이 민낯을 숨김없이 보여주면서 인간성의 본질을 재정립할 것을 요구한다고나 할까요?

 

11. 조심스럽지만, 현대예술은 심미 대신 자본과 결합한 게 아닌가 합니다. ... 돈과 예술성을 등치 시키는 것이죠. 물론 이는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고 현대예술의 양태를 좀 더 지켜보면서 깊이 있게 연구해봐야 할 것입니다. 

 

12. 번개는 빛입니다. 곧, 빛이 신이라는 얘기입니다. 인간은 정신의 소유자인데 정신에는 번개, 빛이 담겨 있으니 인간에게는 빛이 내재되어 있는 것과 같습니다. '이성의 빛'이라는 은유가 그래서 가능합니다. 하지만 정신 능력 중에서도 비초가 가장 큰 관계가 있는 능력은 상상력이라고 봅니다. 상상력은 보는 능력이며, 보는 것은 빛과 밀접히 관계되니까요. ...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이 되고 싶다면, 뛰어난 예술가가 되고 싶다면, 이제라도 눈을 안으로 돌려 내면세계에 충실해야 할 것입니다. 

 

13. 훌륭한 예술작품이란 우선 내용 면에 있어서 남다른 점을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인간과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는 것입니다. 예술이란 결국 인간 탐구입니다. 인간을 대상으로 하고 인간과 소통하며 인간적 가치를 표현하는 것이 예술작품입니다. 예술을 솜씨나 기능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인문학적인 마인드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오래도록 살아남아 회자되는 명작들은 인간과 삶에 대한 남다른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14. 아무튼 잘된 예술작품은 그렇습니다. 작품을 통해 보편적이고 의미 있는 문제를 던지면서 그에 대해 정답을 내리지는 못한다 해도 나름대로 작가 자신만의 일리 있는 의견, 또는 의미 있는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그런 문제에 대해 관객 스스로가 깊이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고급스러운 재미를 맛보게 해주는 것이죠.

=>지극히 개인적인 자신만의 목소리로 

 

15. 또 다른 시각에서 볼 때, 잘된 예술작품이란 개별적인 것을 통해 보편적인 것을 성취해 낸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술가 자신만의 새롭고 독창적인 목소리를 내되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서, 훌륭한 예술작품은 모두가 끄덕일 수 있는 보편을 단편적으로 그리고 개성적으로 표현해 낸 경우라는 것이죠. 

=>지극히 개인적인 자신만의 목소리로 보편적인 이야기를 할 줄 아는 것. 모두가 막연히 느끼고 알고 있는 것을 새롭고 독창적인 자신만의 방식으로 주장하거나 보여주는 것.

 

16. 현대예술은 난해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거기 담긴 어떤 관념적인 것을 내세우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객은 그 관념적인 것을 찾아내자니 어렵다고 할 수밖에요. 결국 감각으로 예술을 해결하려 하지 않고 사유로 해결하려고 하는 데서 생긴 현상입니다. 현대예술은 관념화의 길을 가고 있으며 감각이 아닌 관념에 호소합니다. 그런 만큼 어렵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17. 예술의 역사를 통해 우리는 예술과 미의 결합이 임의적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현대예술은 이미 미와 결별했는데 관객은 우둔하게도 18세 기적인 타성에 젖어 예술작품에서 미적 가치를 찾으려 하는 거죠. 그러니 현대예술이 어렵게만 느껴지는 것입니다. ... 현대예술은 에스테틱과 헤어지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어떤 새로운 속성의 미와 하나 되어가고 있는 중인지도 모릅니다. 

 

18. 가세트는 현대에 들어와 감수성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이전 시대까지의 감수성이 인간적 감수성이라면 현대의 감수성은 예술적 감수성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과거의 예술이 인간을 위한 예술이었다면 현대예술은 다분히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것입니다. 낭만주의나 사실주의 작품들은 예술로부터가 아닌 삶의 추출물이었기에, 인간적인 감각을 소유했다면 충분히 감상 가능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과거의 예술은 평범한 대중을 위한 인간적인 예술이었던 데 반해 현대예술은 예술가들을 위한 예술적인 예술이 되었다고 가세트는 설명합니다.

 

18-1 '예술의 비인간화': 반낭만주의, 반사실주의적인 감수성을 드러내는 새로운 예술 경향을 이르는 말.

 

19. 플라톤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진정한 아름다움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미의 이데아 idea라고 불렀습니다.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미를 넘어서는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미를 상정한 것입니다. 미를 감각이 아닌 정신의 사유 대상으로 삼은 것이지요. 이런 관점은 그의 철학의 영향력에 힘입어 이후 미학의 주류가 되었습니다. 미를 감각의 문제로 보고 실제 경험과 연관해서 이해하기보다는 처음부터 관념적인 것으로 설정하여 개념화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20. 플로티노스: 유출 원리에 따라 존재하는 모든 것이 함량 차등에 있어 그렇지 정신을 조금씩은 다들 소유하고 있습니다. 정신을 소유하기 때문에 미의 이데아도 소유합니다. 그러니 존재한다 함은 곧 미의 이데아를 함유하고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래서 존재하는 것은 모두 아름다운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단지 더 아름답고 덜 아름다울 뿐입니다. 

 

21. 그래서 '인간은 자연의 입법자'라고 칸트는 말합니다. 인간이 자연에 형식을 부여하고 자연을 구성해 낸다는 뜻입니다. 칸트의 주장대로라면 이 세상은 사람이 지어낸 것입니다. 사람 나고 세상 났지, 세상 나고 사람 난 것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 미 또한 인간의 마음이 지어낸 것일 뿐, 처음부터 미/추가 정해진 채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에 의하면 상상력과 오성이 자유롭게 유희하기에 알맞도록 형식화되어 있는 것이 미입니다. 

 

22. 목적 없는 합목적성의 형식: 아름다운 것은 어떤 특별한 목적이 있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름다운 장미꽃은 왜 아름답습니까? 이유가 없습니다. 무엇을 위해서 아름다운 것이 아닙니다. ... 그 안에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대단한 뭔가가 담겼기 때무이 아니라, 오밀조밀 통일성을 이룬 형식과 구조가 우리의 눈길을 끌게 만들어져 있다는 겁니다. 

 

23. 미적인 쾌는 실천적이거나 이론적인 관심에서 벗어나는 순수한 관조적인 것이란 얘기입니다. ... 이같이 미적판단은 자유롭고 순수한 것이고 그래서 미적 쾌감은 무관심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미적 쾌감과는 다릅니다. 

 

24. 주객일치를 통한 자기완성을 위해 정신은 자기인식 과정을 계속해 나간다는 것이 헤겔의 주장입니다. 

 

25. 그래서 헤겔은 이렇게 주장합니다. "미는 절대정신이 예술 속에서 감각적으로 현현된 것" 이라고요. 예술에는 미가 담지되어 있고 그 미는 절대정신의 감각적인 양태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미는 진리요, 그 진리는 드러내주는 것이 예술이라는 주장입니다. ... 헤겔에 따르면 미는 절대정신이 감각화된 것입니다. 절대정신은 진리입니다. 그러니 미는 진리를 담고 있는 것이 됩니다. 예술은 미 즉 절대정신을 드러냅니다.

 

26. 벌로프(Edward Bulloygh)의 '거리의 이율배반(Antinomy of Distance)': 미적 경험은 대상과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심리적 거리를 적절히 유지할 때 발생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존재하면서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거리가 유지될 때 비로소 가능합니다. 

 

27. 시뮬라크르 미학의 의미는 그렇습니다. 결국 원작, 원본이라고 하는 고정적이고 절대적인 붙박이란 존재치 않는다는 것입니다. '원래'라는 것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이 점이 중요합니다. 현대는 시뮬라크르들로 이루어진 세상입니다. ... 예술은 인간 마음의 투영이라고 할 때, 사람들은 이제 현실을 가능케 한 심층적이고 추월적인 어떤 '원형'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기거나, 존재한다 해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마인드가 예술로 표현된 것이 바로 시뮬라크르 즉 이미지의 이미지 유희 예술입니다. 

 

처음 만나는 미학책. 지금 예술이라 하면 떠오르는 생각이 비교적 최근에 정의된 것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렇기도 한 것이 방대한 인류의 시간 속에서 '지금'은 찰나에 불과하지 않나. 배울 것이 너무 많다. 알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이 생겨버렸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찰나를 알뜰히 보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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