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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투를 한 사람을 떠올려 보자. 어떤 모습이 생각나는가? 더 이상 그렇지 않지만 어릴 때까지만 하더라도 나에게 타투는 소위 '노는 사람'의 전유물로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다. 꼭 누아르 영화 속에 나오는 형님들의 등판에는 잉어나 용 한 마리가 새겨져 있었고 어른들이 타투한 사람을 보며 혀를 차는 모습만 보면서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언젠가 꼭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에 타투가 1순위일 정도이다. 이런 타투의 인식 변화는 비단 나만의 변화일까? 이제 TV 속 연예인들은 살색 테이프로 타투를 가리지 않아도 되며 주변 지인들은 곧 시술받을 타투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람들의 인식이 스위치처럼 어느 순간 갑자기 긍정적으로 바뀐 것은 아닐 것이다. 과거와 현재의 흥미로운 변화를 보며 나를 비롯한 대중은 타투와 패션에 대해 심층적으로 논하기 전에 타투의 역사와 종류를 살펴보고 한국에서 타투의 의미와 인식변화를 분석하려 한다. 마지막으로 타투가 패션으로서 발전한 예시를 보고 타투의 미래를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겠다.

 

 타투는 본래 원시에서 현대까지 혹은 더 이전부터 기원이나 상징 등을 목적으로 행해졌다. 타투의 기원은 5천년 정도 된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의 국경 근처 산에서 발견된 냉동 시체가 천 년 이상의 타투 역사를 입증했다. 1991년 10월 '냉동인간 외찌'의 몸에는 모두 57개의 타투가 남겨져 있다. 타투의 관습은 세계로 전파되어 다양한 의미로 행해지기 시작했다. 중세에 이르러 기독교가 종교가 되면서 타투는 신성 모독의 행위가 되어버린다. 그 결과 타투는 자취를 감추게 되는데 이러한 금지의 영역이던 타투는 17세기 후반 서양의 탐험가들이 태평양을 항해하는 시기에 재평가되기 시작했다. 특히 제임스 쿡(James Cook)은 앞장서 타투를 서양의 문화로 소개하는데 그가 소개한 '타투(tatoo)'는 사전적 개념으로 살펴보자면 '문신' 또는 '문신하다'는 의미에 앞서 톡톡 두드린다는 의미가 있다. 그 어원은 본래 폴리네시아 군도의 타히티 (Tahiti)의 언어 중에서 'ta tau'에서 유래된 것이다. 'tatu'는 타히티어로 '예술적'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서양의 대항해는 동양과 같은 미지의 세계와 서구의 이국적인 것에 대한 흥미로 타투에 관심을 가지게 했다. 기술적인 진보에 더불어 타투는 진보적인 면모를 보여주게 된다. 

 

 한국에서 타투는 고려시대부터 범죄자의 표식으로 이용되며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유교적인 사상을 바탕으로 한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부정적인 표식이었다. 하지만 서양에서의 개방적인 현대 사회에 이르러서는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타투에 대한 큰 인식 변화는 1990년대 이후부터이다. 이때 사회 각 분야, 특히 젊은이들의 기존 인식이 바뀌면서 획일성과 정체성에서 벗어나려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경향은 몸에 가지는 지나친 억압과 문화적 저항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때 타투는 원시 시대부터 의식적으로 행해졌던 의미와는 다르다. 오늘날 타투는 타우의 본성인 문화적 속성, 즉 계급적이고 세대의 저항의 의미보다는 그 자체로 오락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것은 대중스타들의 타투가 유행을 창출하고 대중이 이를 적극적으로 모방하기 때문이다. 스타들은 타투의 부정적인 인식에서 몸을 대상으로 인간 내적 이미지를 표현하는 예술적 형태와 같이 긍정적인 인식으로 바꾸고 있다. 또 타투 제거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타투 소비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덜어 더욱 가속화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몸을 변형하는 소비가 새로운 옷을 구매하는 것처럼 가벼워질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타투는 부정적인 인식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기존에 뿌리 박힌 유교 사상을 비롯한 역사적인 고증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말이다. 그러나 2014년 타투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타투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더욱 기대할 수 있다. 문신(타투) 관련 인식 조사 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타투에 대한 의견 개선을 묻는 항목에 대해 약 60% 비율이 긍정적인 의견을 낸 것을 보아 한국 사회에서 타투는 활발한 인식개선과 발달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알렉산더 맥퀸 컬렉션

 

 원시시대의 서양에서 오늘날의 한국까지 타투는 긴 시간을 지나는 동안 큰 인식 변화를 거쳐 왔음을 알 수 있었다. 이제 대중은 타투에서 과감한 신체 표현을 넘어서 새로운 무언가를 찾게 된다. 그중에서 패션은 타투의 장식적이고 개인적인 스타일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 그래서 많은 패션 디자이너들은 타투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을 선보이기도 했다. 1990년 일본 전위파 디자이너를 시작해 알렉산더 맥퀸, 존 갈리아노, 발렌티노의 디자인에서도 타투를 활용한 디자인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들은 대표적으로 속이 보이는 소재를 통해 타투를 표현하는데 이것은 인체를 그대로 드러내어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여 원시적인 에로틱한 무드를 전달한다. 타투는 동양적인 패턴 이외에도 스트릿 스타일, 소외 집단의 타투 문양이 텍스타일의 모티브가 되기도 한다. 소재 이외에도 타투 적인 문양인 해골 문양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잘 알다시피 알렉산더 맥퀸은 해골 소재로 매해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이기도 했다. 

 

 타투는 그동안 과소평가 되어 왔던 하위문화로 여겨져 왔지만 오늘날은 자아 표현의 수단으로써 적극적인 활용됨을 알 수 있었다. 원시적인 주술적 의미에서 현대의 문화적, 더 나아가 오락적인 면모로 탈바꿈한 타투는 부정적인 요소보다는 신체의 예술적 면모를 드러내기 위한 표현으로 변화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보디 아트의 한 분야로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더불어 패션에서 보이는 타투적인 요소들은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디자이너의 창조적인 노력의 결과물이라 해석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시대정신을 반영한 아트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타투의 아방가르드한 표현 특성이 패션 디자이너의 열린 미래에 영감으로서 활용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타투의 느낌을 시스로 소재로 표현한다던가 타투 문양을 그대로 표현하는 방식이 있다. 타투를 한 모델을 기용해 상투적이고 관습적인 모델의 이미지를 통해 차별화시킨 브랜드의 전략도 있다. 이제 타투는 하나의 패션으로서 의미를 새롭게 하며 영역의 확장을 통해 발전해 나갈 것이다. 더 이상 하위문화에 머무르지 않고 하이 앤드의 문화와 결합 되어 이전과 완전히 다른 문화가 만들어질 것을 긍정적인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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