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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현대문학

 

1. 극단적으로 말하면 '소설가란 불필요한 것을 일부러 필요로 하는 인종'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2. '독립국의 군주' 

-> 자기 사진과 삶을 대하는 태도. 스스로를 독립국의 군주로 생각한다면 다른 국가의 시선이나 참견에는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3. 내가 오랜 세월에 걸쳐 가장 소중히 여겨온 것은(지금도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나는 어떤 특별한 힘에 의해 소설을 쓸 기회를 부여받은 것이다'라는 솔직한 인식입니다. 

 

4. 후세에 남는 것은 상이 아닌 작품.

 

5. 작가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의 작품이 적어도 연대기적인 '실제 사례'로 남겨질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즉 납득할 만한 작품을 하나라도 더 많이 쌓아 올려 의미 있는 몸집을 만들고 자기 나름의 '작품 계열'을 입체적으로 구축하는 것입니다. 

 

6. 다양한 표현 작업의 근간에는 늘 풍성하고 자발적인 기쁨이 있어야만 합니다. 오리지낼리티는 바로 그러한 자유로운 마음가짐을, 제약 없는 기쁨을, 많은 사람들에게 최대한 생생한 그대로 전하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욕구와 충동이 몰고 온 결과적인 형체에 다름 아닌 것입니다.

또한 순수한 내적 충동이란 그 자체의 형식이나 스타일을 자연스럽게 자발적으로 습득해서 생겨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머리 좋은 사람이 아무리 지혜를 짜내도, 도식을 사용해도, 그리 쉽게 만들어지지 않고 설령 만들어졌다고 해도 아마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뿌리가 땅속에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식물과 똑같습니다. 

 

7. '나는 무엇을 추구하는가'라는 문제를 정면에서 곧이곧대로 파고들면 얘기는 불가피하게 무거워집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이야기가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자유로움은 멀어져 가고 풋워크는 둔해집니다. 풋워크가 둔해지면 문장은 힘을 잃어버립니다. 힘이 없는 문장은 사람을-혹은 자기 자신까지도-끌어들일 수 없습니다. 

그에 비하면 '뭔가를 추구하지 않는 나 자신'은 나비처럼 가벼워서 하늘하늘 자유롭습니다. 손바닥을 펼쳐 그 나비를 자유롭게 날려주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게 하면 문장도 쭉쭉 커나갑니다. 생각해 보면, 굳이 자기표현 같은 것을 하지 않아도 사람은 보통으로, 당연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고하고 당신은 뭔가 표현하기를 원한다. 그런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자연스러운 문맥 속에서 우리는 의외로 자신의 본모습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8. 하지만 '해야 할 일은 똑 부러지게 했다'는 확실한 실감만 있으면 기본적으로 아무것도 두려워할 게 없습니다. 그다음은 시간의 손에 맡기면 됩니다. 시간을 소중하게, 신중하게 예의 바르게 대하는 것은 곧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이기도 합니다.

 

9. 일단은 만전을 기하며 살아갈 것. '만전을 기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다시 말해 영혼을 담는 '틀'인 육체를 어느 정도 확립하고 그것을 한 걸음 한 걸음 꾸준히 밀고 나가는 것.···육체적인 힘과 정신적인 힘은 말하자면 자동차의 양쪽 바퀴입니다. 그것이 번갈아 균형을 잡으며 제 기능을 다할 때, 가장 올바른 방향성과 가장 효과적인 힘이 생겨납니다. 

-> 근력이 정신력에 필요한 이유.

 

10. 그리고 인간성에 대한 공감이 결락된 '기계적 암기', '상의하달'의 관료조직이 그것을 '지도'하고 '감시'할 때, 거기에는 소름 끼칠 정도의 리스크가 생겨납니다. 

-> 스토리와 상상력, 소설이 필요한 이유

-> 동글동글 굴러가는 사회 고도성장의 시대에 개인과 제도 간의 충돌이 흡수되어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다양한 모순이나 욕구불만을 지닌 뾰족한 사회는 도망칠 여지가 없어졌다.

 

11. 모두를 즐겁게 해주려고 해 봐도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오히려 나 자신이 별 의미도 없이 소모될 뿐입니다. 그러느니 모른 척하고 내가 가장 즐길 수 있는 것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하면 됩니다. 그렇게 하면 만일 평판이 좋지 않더라도, 책이 별로 팔리지 않더라도, '뭐, 어때, 최소한 나 자신이라도 즐거웠으니까 괜찮아.'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12. 스토리란 본래 현실에 대한 메타포로서 존재하는 것이고, 사람들은 변동하는 주변 현실의 시스템을 따라잡기 위해, 혹은 거리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자신의 내적인 장소에 앉혀야 할 새로운 스토리=새로운 메타포 시스템을 필요로 합니다. 그 두 가지 시스텐(현실 사회의 시스템과 메타포 시스템)을 제대로 연결하는 것에 의해, 다시 말해 주관 세계와 객관 세계를 오고 가면서 상호 간에 제대로 적응하도록 하는 것에 의해, 사람들은 불확실한 현실을 겨우겨우 받아들이고 평정심을 유지해 나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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