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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공부:16개 국어를 구사하는 통역사의 언어 공부법



롬브 커토는 헝가리 출신의 통번역 전문가로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도 언어 공부를 즐겼던 사람이다. 저자가 집필한 이후 지금까지 50여 년의 시간이 지났다. 아무리 새로운 학습법이 생겨난다고 해도 시대를 관통하는 언어 공부에 대한 진리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책을 읽었다. 개인적으로도 1년 정도 외국어 공부를 하고 있고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더뎌지는 공부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 것도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성취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성취란 목적한 바를 이룬다는 뜻이다. 내가 공부를 하면서 성취를 이루지 못한 것은 목표가 없는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동시에 목표를 수치로 표기가 가능한 어떠한 것으로 두는 것도 역설적이게도 목표를 잃게 만들었다. 그 정도의 노력도 하고 싶지 않은 것이냐 할 수 있지만, 저자가 말하듯 목표가 언어에 대한 흥미, 호기심 충족과 같은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 그 자체에 둔다면 성취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 믿는다. 더불어 저자가 실제 했던 공부법이 나에게도 유효한지 앞으로 개인적인 언어 공부에 적용해 볼 생각이다.

저자는 언어 공부에 대한 흥미를 강조한다. 그리고 그 흥미는 반복을 하도록 만든다. 고대 로마인의 말을 인용하자면 “반복은 공부의 어머니다.(Repetitio est mater studiorum.)” 그리고 흥미를 위해서 학습을 일이나 여가와 연결시키라고 조언한다. 개개인의 일, 여가와 공부를 연결시키면 흥미가 생겨나고 그렇게 되면 학습이 시간을 희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보충하는 개념이 되기 때문이다. 흥미는 사랑보다 강하다.(Interesse ist stärker als Liebe.) 흥미는 지루함을 이기는 가장 좋은 무기가 된다. 독서를 통해서 호기심이 채워질수록 교착 상태를 뚫고 나갈 수 있게 된다. 성취를 위한 나의 목표는 내가 공부하는 언어 그 자체에 흥미를 가지는 것, 그래서 꾸준히 반복할 것일지도 모르겠다.

언어 공부하는 방법

1. 배우고자 하는 언어 사전을 구매해 훑어본다. 이 때 단어를 외우지는 않는다. 언어의 맛을 시식하고 그 언어와 친해지는 과정이다.
2. 교재와 문학 작품을 산다.
2-1) 교재 내용을 차근차근 밟아가면서 책에 나오는 순서대로 연습문제를 모두 푼다. 자신 있게 답을 적으면서 틀린 걸 고쳐쓸 자리도 충분히 남긴다. 그다음 해답지의 정답을 찾아보고 내가 쓴 오답의 옆이나 위에 정답을 적는다. 이렇게 하면 ‘내 어리석음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2-2) 이해할 만한 소설을 두권 산다. 맨 처음 읽을 때는 이해한 낱말들을 공책에 적는다. 문맥으로 뜻을 짐작할 수 있는 단어들이다. 자연히 단어만 적는 것이 아니라 문장으로 적는다. 모르는 단어를 찾아보는 것은 두 번째나 세 번째 읽을 때의 일이다. 그때도 단어를 모두 찾지는 않는다. 공책에 적으면서 책 속의 맥락이나 최근에 나온 현대어 사전의 예문도 함께 적어둔다.
3. 구어 이해력을 향상하기 위해 발음을 들을 수 있는 방송이나 라디오를 듣는다. 뉴스를 추천한다. 세계의 주요 공통된 내용은 반복되므로 맥락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얻은 지식은 곧바로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나 이틀 뒤에 나만의 단어 사전에 기록한다. 시차를 두어야 기억이 억지로라도 되살아 나기 때문이다.

언어 학습의 10계명

1. 언어를 매일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내라. 시간이 짧다면 최소한 10분짜리 독백을 만들어보라. 이 점에서 이침 시간이 특히 소중하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말을 잡는다.
2. 학습을 향한 열정이 너무 빨리 식어버린다면 공부를 너무 몰아붙이지 말되, 한 번에 그만두지도 마라. 다른 방식의 공부로 옮겨가라. 예컨대 독해를 하는 대신에 라디오를 듣거나, 작문을 하는 대신에 사전을 뒤적이거나 해도 좋다.
3. 말을 고립된 단어로 익히지 마라. 그보다는 문맥 속에서 익혀라.
4. 교재 구석에 쓸 만한 표현을 적어놓고 대화에서 ‘미리 만들어 놓은 요소’로 사용하라.
5. 뇌가 피로에 지쳐 있다면 번쩍하고 지나가는 광고 표지판, 현관의 번지수, 엿들은 대화의 단편적인 내용 등을 재미로 번역해 보라. 휴식이 되고 긴장이 풀린다.
6. 교사가 고쳐준 것만을 암기하라. 고정 및 수정을 받지 않았다면 자기가 쓴 문장을 계속 공부해선 안된다. 실수가 머릿속에 뿌리내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혼자 공부를 한다면 암기하는 가각의 문장은 오류의 가능성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는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
7. 관용적 표현은 늘 인인칭 단수로 암기하라.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I am only pulling your leg.(난 너에게 장난을 치는 것뿐이야.)”
8. 외국어는 성곽이다. 전방위에서 포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문, 라디오, 더빙되지 않은 영화, 기술 문서 혹은 과학 논문, 고재, 이웃의 방문객 등 모든 것을 활용하라.
9. 실수가 두렵다고 말하는 것을 꺼리지 말되, 틀린 것은 대화 상대자에게 고쳐달라고 요청하라. 상대가 정말로 고쳐줄 가능성은 희박하겠으나 도와줄 때 혹시라도 짜증을 내면 곤란하다는 것을 꼭 명심해야 한다.
10. 스스로 언어 천재라고 굳게 믿어라. 실은 그 반대라는 게 드러난다면 통달하려는 그 성가신 언어나 여러분의 사전들 혹은 이 책에 불만을 쌓아두라. 스스로를 탓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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