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 13

<언어 공부:16개 국어를 구사하는 통역사의 언어 공부법>, 롬브 커토 지음, 신경식 옮김, 바다출판사

롬브 커토는 헝가리 출신의 통번역 전문가로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도 언어 공부를 즐겼던 사람이다. 저자가 집필한 이후 지금까지 50여 년의 시간이 지났다. 아무리 새로운 학습법이 생겨난다고 해도 시대를 관통하는 언어 공부에 대한 진리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책을 읽었다. 개인적으로도 1년 정도 외국어 공부를 하고 있고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더뎌지는 공부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 것도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성취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성취란 목적한 바를 이룬다는 뜻이다. 내가 공부를 하면서 성취를 이루지 못한 것은 목표가 없는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동시에 목표를 수치로 표기가 가능한 어떠한 것으로 두는 것도 역설적이게도 목표를 잃게 만들었다. 그 정도의 노력도 하고 싶지 않은 ..

수집 2025.05.09

단편 소설 <그애>, 작자 미상

그애   우리는 개천쪽으로 문이 난 납작한 집들이 개딱지처럼 따닥따닥 붙어있는 동네에서 자랐다. 그 동네에서 누구나 그렇듯 그 애와 나도 가난했다. 내 아버지는 번번히 월급이 밀리는 시원찮은 회사의 영업사원이었다. 그 애의 아버지는 한쪽 안구에 개 눈을 박아넣고 지하철에서 구걸을 했다. 내 어머니는 방 한가운데 산처럼 쌓아놓은 개구리 인형에 눈을 박았다. 그 애의 어머니느 청계천 골목에서 커피도 팔고 박카스도 팔고 이따금 곱창집 뒷 방에서 몸도 팔았다. 우리집은 네 가족이 방 두개짜리 전세금에 쩔쩔맸고, 그 애는 화장실 옆 천막을 치고 아궁이에 걸어 간이부엌을 만든 하코방에서 살았다. 나는 어린이날 탕수육을 못 먹고 짜장면만 먹는다며 울었고, 그 애는 엄마가 외박하는 밤이면 아버지의 허리띠를 피해서 맨발..

수집/스크랩 2025.03.25

류시화 시인의 글

문학의 길을 걷겠다고 집과 결별하고 노숙자가 되자 사람들은 제정신이 아니라고 했다. 학교를 마치고 교사가 되었으나 한 달도 안돼 그만두었을 때 사람들은 미친 것 아니냐고 했다. 불교 잡지사를 다니다가 반년도 못 채우고 퇴사했을 때 그들은 '왜?'라고 물었다. 클래식 음악 카페를 열었다가 석 달 만에 문을 닫았을 때 사람들은 그새 망한 것이냐며 의아해했다. 거리에서 솜사탕 장사를 시작하자 그들은 '정말?' 하고 눈을 의심하다가 한 계절만에 접자 뒤에서 웃었다. 가을에 출판사에 취직했으나 봄에 퇴사하자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서울에서의 생존을 못 견디고 산 중턱의 산에서의 생존도 한계에 부딪쳐 여의도의 회사에 다니자 사람들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렸다. 어느 날 바바 하디다스의 원서를 읽고 그 책을 번역..

수집/스크랩 2025.03.24

<누구?>, 아사이 료, 은행나무

뭐든지 받아들이는 편인 나에게 말미에 쓰여진 해석은 '아닌데?'하는 의문이 들게 만들었다. 한편으로 나는 생각없이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니구나, 나아가면서 생각과 문장들이 쌓여 나만의 판단을 만들어가는 구나 하는 것을 인지했다. 다시끔 내 생각이 너무 비판적인 것은 아닌가 했지만 독서란 원래 나만의 기준을 확립해나가는 과정이고 가능한 다양한 글을 섭취해 바른 기준을 갖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아직은 수집 정도에 그치더라도 모으고 체화해 내것으로 뱉어낸다면 그게 단어의 조합 정도일 뿐이더라도 의미 있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수집 2024.11.17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 쇼펜하우어, 페이지2북스

, 쇼펜하우어 1. 깊은 만족감은 정신력이 좌우한다. 정신력을 보면 행복이 우리의 본질, 즉 인격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 확실해진다. 2. 행복과 향락: 주관> 객관 3. 완벽하게 건강하고 행복한 신체의 조화에서 오는 차분하고 청명한 기질, 명확하고 생기가 넘치며 통찰력 있는 올곧은 지성, 온건한 의지에 따른 투명한 양심은 지위나 재산이 대체하지 못하는 가치이다. -> 누군가에게 의해 빼앗길 수 없고 뺐을 수 없는 가치 4. 총명한 사람은 혼자 있는 때조차 자신만의 생각과 상상만으로 큰 즐거움을 얻는다. 5. 우리가 행복해지려면 우리를 이루는 본질, 즉 인격이 가장 큰 고려 대상이다. 6. 인격의 가치는 절대적 -> 외부 영향을 받는 일은 거의 없다. 7. 본인 인격에 되도록 유익하게 사용하고..

수집 2024.11.15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현대문학

1. 극단적으로 말하면 '소설가란 불필요한 것을 일부러 필요로 하는 인종'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2. '독립국의 군주' -> 자기 사진과 삶을 대하는 태도. 스스로를 독립국의 군주로 생각한다면 다른 국가의 시선이나 참견에는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3. 내가 오랜 세월에 걸쳐 가장 소중히 여겨온 것은(지금도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나는 어떤 특별한 힘에 의해 소설을 쓸 기회를 부여받은 것이다'라는 솔직한 인식입니다.  4. 후세에 남는 것은 상이 아닌 작품. 5. 작가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의 작품이 적어도 연대기적인 '실제 사례'로 남겨질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즉 납득할 만한 작품을 하나라도 더 많이 쌓아 올려 의미 있는 몸집을 만들고 자기 나름의 '작품 ..

수집 2024.11.13

<가짜 노동>, 데니스 뇌르마르크&이네르스 포그 옌셴, 자음과 모음

1. 1932년 러셀은 하루 노동시간을 4시간으로 줄이는 안을 제시했고 당시 많은 지식인이 동의했다. 그러나 종전 이후 러셀의 제안은 실현되지 않았다.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아침에는 사냥하고 오후에는 낚시하고 저녁에는 가축을 기르고 저녁 식사 후에는 토론하는 사회. 그러면서도 전문적인 사냥꾼, 낚시꾼, 목동 혹은 평론가가 될 필요는 없는 사회"를 논했다. 그러나 16,17세기 미국과 영국에서 칼뱅주의, 퀘이커파 등 독실한 개신교 분파들이 방직, 주물 공장과 조선소에서 초기 노동 조직화를 주도했다는 점을 확인시켜준다. 이 독실한 신자들은 게으름을 모든 악의 근원으로 보았다. 2. 누군가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절약할 방법을 알아낼 때마다,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시간을 사용할 새로운 방식을 알..

수집 2024.11.09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Start with why)>, 사이먼 사이넥(Simon Sineck), 타임비즈

1. '고무망치'로 그릇된 일을 때려 바로 잡으려 하는 것이 아니라 옳은 판단과 결정을 처음부터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2. 조종으로 거래는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충성하게 만들 수는 없다. 예를 들어 ①가격 경쟁을 일으키거나 ②의도된 프로모션을 기획하는 것은 고객에게 스트레스가 된다. 프로모션이 붙었는데도 불구하고 불편한 환급 절차로 끝내 제 가격을 지불하게 만든다거나 할인권을 의도적으로 현금으로 교환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식으로 말이다. ③불안감을 조성해 두려움을 만들고 사실은 부수적인 것으로 만들기도 하고, ④열망을 심게 하지만 이마저 브랜드의 영감을 주지 못하고 금방 실망하게 만든다. 또 ⑤집단에서 벗어나는 기분을 주어 두려움을 유발한다. ⑥트렌드라고 하지만 포장만 달리 한 낡은 것일 뿐이다. 진정..

수집 2024.11.08

<도둑맞은 집중력>, 오한 하리, 어크로스

1. 정신력이 어마어마하게 강해진 것 같았는데, 내가 정신의 한계를 존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계를 인정하고 수용할 때 발전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2. "・・・정복해야 할 존재는 자기 안에 있는 것뿐이에요.・・・내가 흐름 속에 있음을 인식하는 거예요. 흐르는 것의 목표는 계속 흐르는 거예요. 정상이나 유토피아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흐름 안에 머무는 거예요. 위로 올라가는 게 아니라 계속 흐르는 거예요. 그 흐름을 지속하기 위해 위로 오는 거죠."=몰입(가장 깊은 형태의 집중 상태)=하고 있는 일에 너무 푹 빠진 나머지 모든 자아 감각을 잃은 상태, 시간이 사라진듯한 상태, 경험 그 자체의 흐름을 탄 상태.  3. 우리 다수가 보상을 얻기 위해 기괴한 춤을 추도록 훈련된 새장 속 ..

수집 2024.11.07

<사울 레이터 더 가까이(THE UNSEEN SAUL LEITER)>

레이터는 자기 앞에 펼쳐진 삶을 열정적으로 관찰하는 사람이었다.그는 일상적인 순간에서 어떻게 찰나의 숭고함을 포착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아주 평범한 것들 속에서 무언가를 찾아내는 게 즐겁다."라고 말하던 그였다.   사울 레이터가 2013년 세상을 떠난 뒤 사울 레이터 재단의 설립자이자 대표인 마깃 어브는 그의 작품을 추려 책으로 냈다. 이 책에 실린 76점의 작품은 사울의 작품 그 자체인 동시에 평생에 걸친 그의 시선과 같다. 나는 그런 사울의 시선이 마음에 들었다. 피사체를 직면하는 것이 아니라 은근하게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생전 인터뷰에서 사울은 "아주 평범한 것에서 무언가를 찾아내는 즐거움을 찾는다"라고 했다. 사울은 사진 속 장면들로 하여금 즐거움을 찾았고 그 장면들은 나를 ..

수집 2024.07.29